국가재난에도 콧방귀 '고집불통'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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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9-04-08 [17:08]

▲ 이우근 본지 논설위원

산불은 이제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최근의 산불 발생 및 확산 패턴을 고려할 때 산불은 산림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 국민의 참여가 필요한 이슈가 됐다. 재난은 피할 수 없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신속한 사전예방과 사후관리에 있다. 지형, 기상 및 산림 축적을 고려할 때 강원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불 위험지역이다.

 

특히 반복되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의 산불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동해안 산불 대형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온 건조한 기상조건을 초래하는 푄현상, 가연성 높은 산불연료를 제공하는 소나무 단순림 및 남고북저에 의한 강풍을 동반한 야간산불 발생 등이다. 현재 이러한 국지기상여건은 불변의 자연현상이므로 미래의 강원 동해안의 산림자원의 보존과 산불 확산 저지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 산불 이후 강원도는 산불로부터 산을 지키기 위해 연간 4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고 산불 감시에만 연인원 15만명 이상이 동원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불 발생 건수가 특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형 산불 위험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과밀화된 산림을 대상으로 벌채 등의 산림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산불 발생 취약 지는 내화형 수림대를 조성해 산불 확산 속도가 늦어지도록 산림환경을 사전에 개선해야 한다.

 

빠른 속도의 산불 확산은 풍속뿐만 아니라 불타기 쉬운 소나무 단순림 구조로 한반도 산림의 42%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불현장에서는 풍향과 풍속 때문에 효율적 진화활동이 곤란하므로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및 현장 조건하에서 진화임무를 숙달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이 필요하다. 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 재난사태로까지 번졌는데도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민경욱 대변인이 상식 밖 언행으로 공분을 샀다. 나 원내대표는 5일 여당이 상황의 심각성을 보고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언론이 이상하게 쓰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날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묶어두어 신속한 산불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다는 비난에 오히려 여당과 언론을 탓한 것이다. 국회 영상속기록을 보면, 4일 밤 9시25분 속개된 운영위에서 홍영표 위원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정의용 안보실장의 이석을 허용해 달라고 한국당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정의용 실장도 속초 시내로 불이 번졌다며 상황의 급박함을 알렸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되레 야당 의원이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 아니냐, 우리가 청와대 한번 부르기 쉽습니까라며 이석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밤 10시36분께 홍 위원장이 의원님들 모니터를 한번 켜시고, 속보를 한번 보시라.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고 질타하자, 그때서야 이석을 허용했다. 정 실장은 화재 발생 3시간21분이 지난 밤 10시38분에야 국회를 떠났다고 한다. 국회 운영도 중요하고 외교정책을 따지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 수준의 산불이 났는데도 정부 위기관리 책임자를 국회에 붙잡아두는 건, 국민보다 당략을 먼저 따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만 인제-포항-아산-파주 네 곳에서 산불이 났다.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은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며 문재인 정부를 조롱하는 듯 한 글을 올렸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황급히 글을 삭제했다.

 

민 대변인은 5일엔 대형 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며, 빨갱이 맞는다는 네티즌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또 한차례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 의원들에겐 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아픔보다는 청와대와 정부를 공격하는 게 더 중요한 관심사인 듯싶다. 제1 야당다운 책임 있는 처신이 어렵다면, 한 점의 부끄러운 마음이라도 갖기 바란다.

 

세월호 천금 같은 생명 살릴 골든타임에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하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구조 활동도 막아섰던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사악함을 빼박았다. 초속 30m의 강풍과 함께 화마가 마을을 덮치고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운 그 때,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할 책임자의 발목을 잡아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외교 참사 운운하며 말이다. 민족적 염원 앞에 재 뿌리고 국민생명 보다 정쟁을 앞세우는 한국당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이번 산불엔 아무 할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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